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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꾸벤또/일상이야기

여의도, 그리고 도시락 이야기

2012년 9월. 여의도 한구석에 처음으로 도시락 가게를 오픈 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당시 몸을 담았던 가맹사업회사는 최초의 가맹사업을 도시락 전문점으로 정했었다. HMR(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슬슬 시장이 성숙되기 시작할 무렵이 딱 2012년 정도였는데, 그당시 도시락 시장도 HMR시장의 성장과 함께 잠재력이 폭발하기 직전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약진이라고 부른정도다. 워낙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폭발하기 시작했으니..


죽전문점 브랜드로 유명한 B사는 도시락 브랜드를 미리 준비해 시장에 선보였고 이는 큰 성장을 했는데 그 성장의 시점도 바로 이시기. 보통 프랜차이즈의 성공 가능성을 가맹점 100개 설립으로 가늠하곤 하는데, B사의 도시락 브랜드는 비교적 순탄하게 가맹 100호점을 달성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 제1일의 도시락 프랜차이즈 H사도 역시 이시기에 한국에 도시락 브랜드를 런칭했다. 얼마나가 기세가 등등했냐면, 본점을 압구정에 내면서 시작하는데 매장규모도 규모이거니와 상당히 많은 숫자의 기사가 인터넷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2년이 지난 현재 그 브랜드의 매장숫자는 전국에 걸쳐 총 3개라는 것이 충격이라면 충격이지만.


바로 집어갈수 있는 도시락 .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


이밖에도 닭으로 유명한 국내 회사인 H사가 일본 Y사와 합작해서 만든 도시락 브랜드도 운영을 시작하는가 하면, 명동의 명품관으로 유명한 S백화점은 아예 푸드코너 전체를 도시락으로 구매가 가능하게 구성을 바꾸기 까지 했다. 이정도면 한국의 창업시장, 외식업 시장은 도시락으로 후끈후끈하던 시기와 다름 없다고 볼수 밖에..   


이와중에 여의도는 그런 후끈후끈한 도시락 시장에서도 참 피터지는 곳이었다. 앞서말한 B사의 도시락 브랜드는 여의도에 본점을 두었고, H사와 Y사의 합작 브랜드 도시락도 여의도에 본점을 내었다. 그런데 여의도는 이러한 거대 도시락 회사들이 점포를 내기전부터 수많은 군소 도시락 매장들이 이곳저곳에서 운영되고 있던 실정이었다. 


어쨌든, 우리도 도시락 프랜차이즈를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첫번째 매장은 여의도에 내기로 결정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시락의 주 소비층인 직장인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강남이 더 좋을수도 있었을텐데 강남은 알다시피 땅값이 무시무시하니..


추억 돋는다. 저 사진안에 나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14년. 몸 담았던 회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세상은 가혹하기 그지없어 초심자의 행운 같은 것은 소설 속에서나 보이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경험도 적고 자본도 적었던 우리는 회사가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던 그 지점에서 고꾸라졌다. 함께했던 동료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고 소수의 사람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 역시 각자의 길로 움직였다. 나 역시도 별반 다르진 않았었다. 여의도에 차렸던 첫 매장은 이제 다른 브랜드의 도시락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여의도는 여전히 다른 많은 도시락 브랜드가 그들만의 경쟁과 전쟁을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많은 브랜드가 여의도를 찾았고 그들 중 가운데 몇몇은 살아남았지만 모두가 그런 행운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여의도를 찾았다. 새롭게 시작할 일이 생겼다.